스티브 ‘잡스(Jobs)’가 창업한 애플이 미국에서 ‘잡스(jobs:일자리)’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세계 IT 업계에서 이른바 ‘혁신의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전자회사 애플이 정작 미국 내에서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일자리를 늘리는데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중국 등 해외에서는 고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자리 증가는 경제 전반의 회생을 이끌 필수요소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신년 국정연설에서 ‘일자리(jobs)’란 단어를 무려 36번이나 언급하며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고용시장의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애플 “美서 아이폰 안 만드는 이유는 숙련도와 생산성 차이 때문”
애플은 현재 미국에서 4만3000명의 직원을, 해외에서 2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생산직의 경우 중국에서만 협력사를 통해 70만명이 일하고 있을 정도로 해외에서의 고용 비중이 높다.
애플은 미국에 비해 해외에서의 고용 비중이 높은 이유로 노동인력의 숙련도와 생산성 차이를 꼽고 있다. 해외에서 제품을 만들 경우 미국보다 빠른 시일 안에 생산이 완료되고 수출을 위한 선적까지 완료된다는 것이다. 또한 애플은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회사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판단하고 있다.
애플이 미국에서 제품 생산을 거의 하지 않고 해외를 주로 활용하는 이유는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잡스는 빠른 속도와 간결함, 품질의 완벽함을 추구했던 인물이다. 그는 애플의 회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애플만의 간소화된 재무회계시스템을 만들어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무책임자(CFO)를 해고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IT업계 주요 인사들 간의 만찬에서 스티브 잡스는 “해외 노동자들의 기술력과 근면함이 미국보다 앞선다”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을 만드는데 필요한 일자리는 결코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NYT는 속도와 품질을 생명처럼 여겼던 잡스가 해외 공장에서의 제품 생산이 미국보다 속도와 품질을 개선하는데 훨씬 탁월하다고 판단했고, 이로 인해 애플은 미국 내 고용 창출에 소홀했던 반면 해외에서의 고용은 지속적으로 늘렸다고 전했다.
◆ 美 학계·노동계 반박 “애플이 美 고용창출 인색한 이유는 비용·세금·위치 때문”
이같은 잡스와 애플의 입장에 대해 미국 근로자들과 지역사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애플이 자국 내 고용에 인색한 이유는 생산성이나 숙련도 차이가 아니라 단지 비용 절감만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24일 미국의 경제전문 월간지 포브스는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만들지 않는 이유’에 대한 NYT의 기사가 나온 이후 미국 중서부지역에서 애플에 대한 반감이 크게 고조됐다고 전했다. 미국 중서부지역은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오하이오주, 인디애나주 등으로 미국 내 주요 제조업 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미시간대학교의 제프리 라이커 교수는 애플이 미국보다 해외에서의 생산을 선호하는 이유로 낮은 노동비용과 세금 혜택, 그리고 위치 등 3가지를 꼽았다.
라이커 교수는 “애플이 해외 고용을 늘리는 핵심적인 이유는 값싼 노동력 때문”이라며 “최근 몇 년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많은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 미국에서도 숙련직 노동자는 많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해외 일자리를 늘리는 이유로 인력의 숙련도를 꼽은 애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또한 라이커 교수는 “애플이 해외에서 제품을 판매하면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하지만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해 팔 경우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내기 때문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해외에 생산시설을 마련한 상태에서 다시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중국서 고조되는 노동력 착취 비난 등이 애플 고용정책 변수될 수도
한편 이같은 애플의 고용 상황에도 최근 다양한 변수가 생기고 있다. 제품 생산 비중이 높은 중국에서 최근 애플이 싼 값에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애플의 팀 쿡 당시 운영책임자(COO)는 중국을 방문해 협력사들의 노동환경을 점검했다. 애플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협력사들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애플의 협력사인 폭스콘에서는 낮은 급여와 턱없이 긴 근무시간을 비관해 노동자들이 잇따라 자살해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지난해 5월에는 홍콩에 위치한 애플의 대리점에서는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근로환경 개선에 소극적인 애플의 행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이 그동안 주주들의 의견에 따라 저비용과 세금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중국에서의 생산을 늘려왔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근로자 임금 인상과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이같은 이점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 내 고용 창출에 ‘올인’하며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점도 애플의 고용정책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국정연설에서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해외 생산기지를 이용해 값싼 노동력으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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